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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푸른 초원의 나라 -몽골

“바이칼과 함께 한 시간들 오래오래 가슴에 출렁되며 흘러”
2017. 07.23(일) 00:01확대축소
달찌마을
‘부르한 바위’ 우리민족의 시원인 설화 ‘나무꾼과 선녀’ 장소
무역의 도시 ‘우리츠카바’ 다양한 인종들 화려한 패션으로 거리 활보

키로프 광장과 러시아 정교회 성당
이르쿠추크 최초의 석조 건물인 키로프 광장 한가운데는 영원의 불이 타고 있다. 그 중 스파스키 성당은 전형적인 정교 교회양식을 갖춘 성당이었으나 볼셰비키 혁명 후 종교탄압으로 공동주택에서 1981년 ‘에사민속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제단자리에는 금박의 화려한 표지의 1700년대의 성경책 2권이 놓여 있다. 공산화가 되기 전 시베리아의 신앙은 아주 독실했음을 전시품에서 알 수 있었다. 1950년대 경제 사정이 아주 어려웠을 때 여자들은 손수 옷감을 짜고 의복을 지으며 소박한 패션을 만들어 나갔다. 자기 일에 대한 확신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르쿠추크 여인의 강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앙가라 강가엔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러시아 정교회는 알 수 없지만 예전의 성스럽던 외관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고, 아가씨들이 부르는 성가도 울려 퍼진다. 역시 인간의 목소리는 그 어떤 악기소리보다 아름답다고 생각됐다.
바가야정교회성당

칼막스 거리가 시작되는 앙가라 강변으로 가족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과 연인들, 아이들의 모습이 강풍경과 어울려 하나의 그림이 된다.
앙가라의 물결도 여기선 천천히 흐른다. 거리엔 오래된 유럽식 건물이 대부분이며 레닌동상이 서 있다.

앙가라 공주의 슬픈 사랑 -앙가라 강
아들 336명과 한명의 딸을 둔 왕이 있었다. 336명의 아들은 바이칼로 흘러 들어오는 지류를 말하고, 딸 하나는 유일하게 밖으로 흘러 나가는 강 앙가라를 말한다.
예쁜 딸의 배필은 이미 아버지가 정해준 터였다. 공주에겐 정혼자 말고 사랑하는 남자 멀리 있는 강 에니세이가 있었다. 에니세이를 향해 도망치는 앙가라에게 비정한 아버지는 바위를 던져 죽게 한다. 그 바위가 ‘샤면 바위’이다. 사랑을 찾아 도망치는 앙가라의 마음처럼 물 흐름이 매우 빠르다.
오늘도 에니세이에게 달려가고픈 마음은 그 빠른 물결로 남아 있다. 겨울이 되어도 강은 얼지 않는단다. 강 언저리엔 도망치고 싶은 공주를 숨겨주고 싶은 듯 늘 안개가 자욱하다. 이르쿠추크 사람들도 강주변 공원과 산책로를 거닐며 앙가라 강에 대한 사랑을 즐긴다. 앙가라의 뜨거운 열정이 흐르는 것인지, 이르쿠추크 여인들은 아름답다. 자작나무처럼 큰 키에 복숭아꽃처럼 뽀얀 피부를 가졌다.
오후 자유 시간 엔 이르쿠추쿠에서 가장 번화가인 무역의 거리 우리츠카바에서 보냈다. 햇빛이 강하여 걷기에는 덥고 그늘은 시원하지만 어디 앉을만한 자리가 없다.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다양한 인종에 온갖 패션이 거리를 활보한다. 여기가 젊은이의 거리란다. 여자들의 과감한 노출패션에, 높은 하이 힐, 아슬아슬한 치맛자락, 푹패인 가슴팍 큰 가슴을 내밀고 당당하고 힘차게들 걷는다. 러시아인들은 꽃과 음악을 좋아하고, 발레를 즐기고 문학을 사랑한다.
바이칼과 앙가라강

예술가의 고운 혼들이 이들 속에는 흐르고 있다. 열정적이다. 분위기 좋은 러시아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밴드의 신나는 연주를 듣는다. 곡은 어느새 애상적으로 변해 간다. 밖은 여전히 활기차고, 7시가 넘어도 햇살은 따갑다. 낮이 긴 여름 강물은 빠르게 흐르고, 나무는 쑥쑥 자라고, 사람들은 여름 한동안 신나고 활기찬 외출을 즐긴다.

자작나무 숲에서 ‘라라’를 만나다-달찌마을
바이칼로 가는 길은 싱싱한 나무들의 향기로 가득하다. 숲 속엔 시베리아의 민속촌 동화 같은 ‘달찌 마을이 있다. 마을 앞에는 새벽 별빛처럼 앙가라 강이 흐르고, 섬세한 목공예로 도배된 집들은 성주의 집, 성채, 가정집, 유리 공예집, 그리고 18세기 시베리아 최초의 학교도 있다. 이곳은 코삭스인들의 주거지였다.
코삭스인들은 16세기에 시베리아에 파견된 용감한 군인들을 일컫는 말로 이곳에 정착하여 가정을 이루고 전사가 되었다. 시베리아는 몽골어로 ’시빌‘ 즉 풍부한 산림을 뜻한다. 이곳은 원래 몽골족의 터전이었다. 지금도 몽골족인 브리아트족이 살고 있다. 몽골족들은 이곳을 뺏기고 황량한 초원으로 갔다.
이곳 ’타이가‘지역의 수목은 70년~80년쯤 자라 밀도가 높고 탄탄하여 세계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다.
끝없는 자작나무 숲, 하늘 위로 쭉쭉 뻗은 흰 가지들 , 숲에 쏟아지는 햇빛마저도 녹빛이다. 나무가 흔들릴 때마다 하늘거리는 가지는 ’라라‘의 손짓이 된다. ’닥터지바고‘의 영화 설원을 달리는 마차의 뒤로 보이던 그 숲이 자작나무 숲이었다.
늑대의 울음이 살아있다는 시베리아의 그 숲, 야생화 같은 여인, ‘라라의 테마 송’이 숲 사이로 흘러넘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햇살, 설원을 헤매던 지바고의 눈에는 자작나무의 흰 가지가 ’라라‘의 따스한 팔로 비쳤으리라. 라라를 닮은 자작나무 숲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에 또 한 번 취했다.

그리운 호수-바이칼이여
드디어 바이칼에 왔다. 이르쿠츠크에서 동남쪽으로 70km쯤 가면 바이칼과 앙가라 강이 만나는 곳에 작은 항구 라스트 비앙카가 나온다. 강한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차창으로 바이칼을 내다본다.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호수 바이칼은 2천500만 년 전쯤 지각 운동이 의해서 이루어졌다. 바이칼의 물속 200m 이하의 온도가 언제나 4도c 정도를 유지하는데 이 맑은 물의 비법은 호수의 바닥에서 크고 작은 지진활동이 일어나고 있고, 이 지진 덕에 호수의 물은 항상 정화된다고 한다.
바이칼 호수의 26개 섬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 샤머니즘의 고향 ‘알혼’섬이다. ‘시휴르따’ 선착장에서 연락선(빠롬)을 타면 갈 수 있다.
‘부르한 바위’는 아시아 대륙에 존재하는 9개 성소중 하나로 이곳의 설화(나무꾼과 선녀), 바로 우리민족의 시원이다.
언덕 위에 있는 바이칼호텔에 짐을 내리는 동안 전망이 확 트인 곳으로 달려가 호수를 내려 다 보았다. 우리 조상들이 바라보았던 이 호수, 따가운 햇살아래 마음껏 맨 몸을 드러낸 눈부신 청량빛 보석, 샤파이어 빛을 닮은 바다 같은 호수를 내려다보며 눈부신 감동을 만난다.
바이칼 호텔 202호 호숫가 식당에서 바이칼의 명물 ‘오물’생선 튀김을 먹었다. 맛이 담백하다. 옆에 있어도 그리운 당신처럼 우린 온통 바이칼 이야기다. 아! 우린 바이칼의 초대를 받은 거야. 유람선에 올라 뱃전에 서서 다가오는 호수의 물빛도 청녹빛이다. 물빛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내려놓은 듯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거린다. 1시간 정도 유람을 하고 내려서 호숫 물에 손을 담가 본다. 바이칼 호수에 몸을 담그면 10년이 젊어진단다. 작은 자갈들이 사그락 거린다. 태고의 순수를 간직한 물, 차가 움이 전류처럼 심장으로 모인다.
새로운 새가 되고 싶다. 모든 것을 정화시키고, 다시 태어나리라, 우리가 만난 수많은 시간들이 호수위로 흐른다. 배에서 내려 호숫가에 있는 노천시장에서 수공예품을 구경하고 작은 보석함 3개를 샀다. 자작나무를 정교하게 조각한 무늬가 각기 다른 보석함이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자갈밭에 앉아 한없이 넓어지는 물결을 바라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푸르러진다. 저녁 빛에 빛나는 얼굴 하나하나가 곱고 예쁘다.
다홍빛이 은은하게 호수 위로 색색의 물을 들인다, 수많은 빛들의 잔치가 여기에 있다. 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작나무 타는 냄새-바나 사우나
오후엔 호텔옆 건물에서 ‘바나’ 사우나를 했다. 11명이 들어가는 바나실에 일행이 15명이라 함께 들어갔다. 우리네 찜질방과 비슷하지만 자리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 많은 사람을 수용하고자 앉은 자리에 층을 두었다. 자작나무 장작에 불을 지펴 그 내음이 향기롭다. 바나실은 한쪽에 불이 붙은 숯 무덤이 있고 그 숯에 물을 끼얹어 증기로 사우나를 하는 거다.
사우나 안에 있는 아궁이에 장작을 직접 떼서 물통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 물을 끼얹고 뜨거운 증기가 용솟음쳐 온통 나무 방을 뜨겁게 데워 버린다. 순식간에 땀이 쏟아져 내린다. 그러면 밖에 나와 찬물을 끼얹고 자작나주 잎으로 상대방의 몸을 두드려 준다. 안마도 되고 자작나무 향을 몸에 바르면, 땀구멍이 열릴 때마다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단다. 아! 바람처럼 몸이 가볍다.
밖엔 모기가 우글우글 하지만 지는 해를 따라 숲을 산책하기로 했다. 저녁노을 가득한 바이칼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바이칼 언저리엔 온갖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룬다. 한 종류씩만 꺾어도 손이 모자란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꽃은 자줏빛 무리지어 핀 패랭이꽃이다. 호텔의 객실에 꺽은 꽃들로 꺾꽂이를 해서 가득 채우고 뒤카로 사진을 찍어둔다.
밤 10시 10분 해가진다. 커다란 보름달이 천천히 바이칼 건너 호수로 내려앉는다.
조각배를 저으며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 어부의 실루엣이 고즈넉하다. 어부는 꿈의 나라로 가는 신선 같다.
바이칼의 보름달을 바라보니 어찌 아름답고 고운 밤을 잊을 수 있을까, 우리는 그 크고 환한 달빛에 취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저 황홀한 달빛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새가 되어 만나지 않을까, 이 시간 나는 정결한 귀와 정결한 눈과 맑은 영혼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루크추크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는 길-파노프 할아버지
앙가라를 따라 다시 이르쿠츠크로 가는 길, 강물은 호수처럼 넓고 둥글게 숲 사이를 휘돌아 흐르며 정감 있는 풍광을 만든다.
고뇌가 우리 몫이라는 여든 중반의 파노프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어느 전원 마을에 들어섰다. 조각가 할아버지는 스탈린 시대 반체제 작가였다. 그는 이곳으로 유형을 당했고, 풀려났을 때도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의 삶을 택했다.
집 앞에는 장승같은 나무 조각 몇 개가 문 앞을 지킨다. 초인종을 누르자 낡은 작업복 차림의 할아버지 한분이 나오셨다. 흰 수염, 흰 머리칼, 때 묻은 작업복, 작달막하고, 강직한 얼굴의 전혀 예술가답지 않았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페치카를 손보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마을 복판에 집이 있고, 집 뒤 텃밭의 온실에는 토마토, 콩, 당근, 상추, 딸기 같은 채소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작업장은 온갖 도구와 잡다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고 벽에는 입다 걸어둔 옷들이 그의 생활을 말해 준다.
그림, 조각, 글을 쓰는데 자신이 받은 핍박과 동료들의 희생, 압제자들의 모습, 종교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조각 작품 중에는 고뇌하는 여인상이 희망 없는 눈으로 하늘을 향한 모습이 있는데, 그게 그의 조국 러시아라고 설명해 주셨다. 욕심 없는 노작가는 여전히 꼿꼿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앙가라 강가에서 외줄타기 인생을 살며 조용히 노년을 맞고 있었다.

다시 울란바트르로
이르쿠추크로 떠나는 아침에 앙가라 강으로 달려갔다. 호텔앞 도로를 건너면 공원이 있고, 공원을 가로지르면 앙가라 강이다. 흐린 하늘, 잿빛하늘에 강물도 어둡게 흐른다. 사흘 전 그토록 맑고 푸르며, 찬란하게 빛나던 강물이 아니다. 이것이 앙가라와의 작별이다. 어젯밤의 뇌성벽력과 소나기에 꽃밭이 다 망가졌다. 앙가라강에 이별을 고한다, 바트와도 이별이다. 열심히 사는 그에게 가져간 선물을 주었더니 아주 좋아한다. 그는 석 달째 이르쿠추크에 출장 나와서 가이드를 하고 있다. 젊은 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는 우리 팀이 아주 특별하고 짧은 시간에 정이 듬뿍 들었다고 말한다.
고물 비행기는 먼저 타면 아무 자리나 앉는데 우리 자리는 맨 뒷자리 의자 등받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은 녹빛에서 가을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꿈결 같은 바이칼 여행은 이 여름만큼이나 빨리 끝났지만 바이칼과 함께 한 시간은 아주 오래오래 내 가슴에서 출렁되며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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